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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Dr. Seoul 2호 : 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변희정 과장 인터뷰
Q. ‘제2호 닥터서울’ 변희정 과장님의 소개와 의사로서 소아정신과를 전공으로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A. 저는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변희정입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수련을 마친 2005년부터 어린이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외래 진료와 정신건강의학과 및 발달센터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하여 수련하면서 정신과적인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른 시기에 어려움을 발견하여 개입할 때 예후가 극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소아정신과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린이병원에 근무하면서, 서로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환자들 중 문제점 발견 직후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실시한 경우 중증도가 낮아지고 일상생활 적응에서도 훌륭한 경과를 보이는 사례들을 많이 경험하고 있어 그럴 때 전공을 선택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Q. 발달장애아동의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국내 유일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립병원 어린이병원의 소개와 자랑 부탁드립니다.
A. 발달장애는 정신과 진단 중에서도 가장 장기간의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어린이병원은 국내에 발달장애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인 2002년부터 의료와 다학제적 치료가 통합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였습니다. 이후 20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임상에서 갈고닦은 역량을 갖춘 30여 명의 의료와 치료교육 전문가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한 기관에서 소아청소년 전 연령의 다양한 발달 문제에 대한 모든 치료를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본원의 가장 특화된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는 완치가 어려워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보니 가족들이 ‘완치시켜주겠다’고 하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요법들에 솔깃하기도 합니다. 20여년 동안 어린이병원은 소아정신과 의사 교육, 각 분야 치료사 실습, 학술활동과 대외협력 등을 통하여 발달장애의 통합적 치료 개념이 확립되고 이러한 치료 체계가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데 중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예전과 달리 최근 내원하는 환아와 가족들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불필요한 치료에 낭비하지 않고 어린이병원과 같은 전문화된 의료기관을 점점 빠른 시기에 방문하고 있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발달장애 치료에는 비현실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제가 경험한 사례 중에도 부모님께서 직장을 그만두시고 아이의 발달장애 치료에 전념하느라 생활보호대상자가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린이병원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가장 수준 높은 발달장애 진료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란 면에서 발달장애 부모님들께서 꼭 다니고 싶은 병원으로 꼽으시게 된 것 같습니다. 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역사는, 서울시와 삼성복지재단의 후원으로 2017년 독립된 발달센터가 지어진 것입니다. 시작은 국내 최초로 병원 내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 치료를 제공하기 시작하여, 그 효과를 경험한 부모님들께서 더 많은 치료기회를 달라고 건의한 것이었습니다. 정신건강 발달센터 CANDO(center for autism and neurodevelopmental disorder)의 기능은 첫째,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적 진단, 개별화 치료 계획 및 다학제적이고 통합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둘째, 가족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치료진, 관련 전문가, 장애 아동 부모님이 함께 협력하여 발달장애 가족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적 지원을 실시하고, 셋째, 대외 협력을 통하여 근거중심 진료와 치료를 발전시키는 한편 발달장애 치료의 지역사회 확산을 돕고, 넷째, 신경 발달장애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치료 효과를 규명하는 연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곧, 발달장애 치료의 A to Z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구성원의 포부입니다. 하드웨어 면에서는 발달센터 건립 단계에서 서울시 서비스 디자인센터의 협력으로 ‘자폐 친화적 건축’을 적용할수 있었던 덕분에 본원을 찾는 환아와 보호자들이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아껴주시는 점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Q.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의료를 제공하고 있으신가요?
A. 어린이가 행복해야 어른들과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모든 어린이와 가족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시 어린이병원에서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나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신 일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소아정신과 새내기 의사였던 2004년 전임의 시절, 저의 첫 환자로 만난 초등학생 입원 환아가 있습니다. 첫 환자였기 때문에 긴장하고 서툴렀지만, 한편으로 한 번이라도 더 면담하고 사례 발표도 하며 최선의 치료를 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다행히 치료 반응도 좋고 환아와 부모님도 노력해 주셔서 잘 치료받고 퇴원하였고, 제가 전임의를 마치고 어린이병원 근무를 시작한 후에도 본원 외래치료를 받으며 잘 생활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수년을 지내던 중, 한 단계 더 좋아지기 희망하시는 부모님의 간절함에 치료제 변경을 시도하다 급격한 악화로 환자가 다시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자책과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이번에도 환자가 힘든 입원치료를 잘 견뎌내고 회복하여 제 외래를 찾아주었고 현재까지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환자들을 치료한다고만 생각했는데, 환자들이 저를 더 성장하도록 가르치고 위로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깊이 깨달았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자의든 그렇지 않든 환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하게 되다 보니, 수련 동안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어린이병원에서 배운 것 같습니다.
Q. 어린이병원에서 꼭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A. 발달장애 어린이 치료에서 최종 목표는 일상적인 또래와의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를들어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의 경우 뇌가 지나치게 ‘정확히’ 인지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치료에서 배운 것을 다른 곳에서도 적용하는 ‘일반화’에 어려움이 매우 많습니다. 어린이병원에서는 민간 의료기관에서 운영하기 힘든 훌륭한 사회성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그룹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구성원을 선택하는 것, 공간적요구, 치료진의 경험과 역량 등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데, 본원의 치료를 기다리는 수많은 환아들이 있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본원만의 특화된 기회로 활용하고 여기에 탁월한 환경 조건과 유능한 인력들의 노력이 더해져 타 기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발전시켜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어린이병원의 탁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보다 자연스럽게 일반화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가령, 유치원이나 학교와 비슷한 상황과 환경을 구현하고, 또래 모델링을 통해 사회성 훈련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에게 모델이 될 수 있는 또래는 더 적응을 잘 하는 아이와 프로그램을 원하거나 병원을 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연구 중입니다. 이와 더불어 발달장애 치료의 A to Z를 구현하고 있는 어린이병원의 장점을 살려 우리나라 발달장애 치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더 좋겠습니다.
Q. 변희정 과장님의 좌우명 또는 인생 책 구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정신과 공부를 하면서 발달과정이 일직선이 아닌 나선형으로 이루어진다고 배웠습니다. 어린 시절 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나선형으로 좌절과 보람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성숙해나간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힘든 일을 겪을 때, 이 과정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후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는지 통찰하려고 노력합니다.
Q. 코로나19 이후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오더라도 발달장애 환자들을 위해 정상적 치료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어린이병원은 훌륭한 자체 역학조사와 감염예방 노력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광범위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스크 쓰기 등에 협조가 어려운 발달장애 환자들의 특성상, 본원의 대표적인 그룹치료들이 축소되거나 목표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여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다른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대면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유행 동안 비대면 전화 진료, 화상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발달장애 치료 서비스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한편 이런 특수한 시기에는 보안이 엄격한 서울시 인터넷 환경의 조건부 개방과 서울시 자체적인 방송 플랫폼등이 있다면 좋겠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발달장애 서비스 중 비대면으로 가장 활성화될 수 있는 부분은 부모교육입니다.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에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팬데믹 상황처럼 대면 치료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부모교육의 중요성이 한층 더해진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19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애 주기별 진단별 부모교육 커리큘럼을 차곡차곡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닥터서울 공식질문입니다. 위드코로나/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시립병원을 포함한 서울시 공공의료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그 속에서 어린이병원의 역할 또는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유행의 상황에 맞는 방역체계를 선도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본연의 건강안전망 병원, 최고의 재활 전문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발달장애 치료에서는 ‘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공의료기관의 특성상 수요가 늘더라도 민첩하게 인력 확충이 어려운단점이 있으나, 일단 확보된 인력은 안정적으로 유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2년간 코로나19 대응이 가장 중요하여 소아정신과 전공을 넘어선 의료 역할까지도 감당할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부분이 새로운 의료 인력이 어린이병원에 진입하는 데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팀 구성원 간의 다각적 의사소통이나 타과와의 협의 진료에 제한이 있었고, 어린이병원 교육을 원하는 수련생을 초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축소된 치료의 회복과 함께, 이런 기능들이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되는 것이 필요
합니다.
※ 2022년 닥터서울 2호 편집본 상단 E-book으로 보기 및 PDF 다운로드 통해 확인
발행처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발행일 2022년 5월
발행인 김창보
편집인 유창훈, 김미선, 김다양
사진/인터뷰 협조 어린이병원 최은해,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