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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구상 본부장
전 세계 연간 자살사망자는 약 80만 명에 이르고, 우리나라도 2020년 한 해에 자살로 13,195명이 사망하였습니다. 하루에 약 36명, 시간으로 계산하면 40분에 1명이 자살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자살률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자살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인식하고 있으나 왜 사람들이 자살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혹은 ‘의지가 약해서’, ‘가족문제 때문에’, ‘정신질환으로 인해서’ 등과 같이 단편적 문제에 의해 자살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거나 추측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자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면서 복합적인 문제의 과정 속에서 발생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라는 체계적인 분석방법이 필요합니다. 사망자가 발생 할 경우 신체 부검을 통해 사망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과 같이 자살사망자도 사망을 선택하게 된 이유나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단순히 개인의 심리·정서·행동적 특성뿐만 아니라 환경·경제·역사·문화·사회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의 로빈슨 교수가 1957년부터 1958년까지 자살사망자의 정신건강특성과 관련된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 최초의 심리부검이었으며, 1958년 슈나이더만은 검시관이 판단하기에 모호한 사망 사례를 의뢰받아 체계적인 분석을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슈나이더만은 자살사망자의 사망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개인의 자살원인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가 자살 원인을 분석하여 근거 중심 국가자살예방정책 수립하는데 활용되기도 하였습니다. 1986년 핀란드는 심각한 자살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립건강위원회를 설치하였고,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87년 4월부터 1988년 3월까지 발생한 자살사망자 1,397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중요 자살예방전략을 수립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2006년 대통령 직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내 심리부검자문소위원회가 활동한 것이 최초의 심리부검이었고, 이후 2014년 중앙심리부검사업단 설치, 2015년에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설치·운영되면서 본격적인 국가 주도 심리부검이 실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는 2021년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통합되어 설립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국가 차원의 심리 부검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자살사망자의 생애를 토대로 사망의 원인을 확인해 나아가는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애도 과정에 있어서의 첫 걸음이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한정된 예산안에서 효율적인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근거가 되는 매우 중요하고 실용적인 연구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년 심리부검면담결과보고서’에서도 자살사망자의 특성에 따른 정책적 방향성을 설정에 있어 몇 가지 시사점이 있어 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로는 자살사망의 자살사망 직전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사망자의 약 94%가 1개 이상의 자살 조기 경고 신호를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감정상태 변화(64.4%)’, ‘수면상태 변화(60.0%),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51.8%), ‘자살·살인·죽음 언급(51.3%)’, ‘식사상태 변화(49.3%)’등의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위험에 있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자살 조기 경고 신호에 대한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자살위험 취약계층 서비스 제공 종사자에 대한 교육 및 훈련 방향성도 조기 경고 신호에 대한 민감성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 입니다.
둘째로는 자살은 단순히 개인 또는 가정 불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요인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또는 동시다발적인 상황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입니다. 자살 사망 직전까지 영향을 미친 스트레스 요인을 확인해본 결과 평균 3.1개였고, 그중에서도 ‘가족 관련 스트레스가 60.4%’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 순서로는 ‘경제 관련 스트레스 59.8%’, ‘직업 관련 스트레스 59.2%’, ‘부부 관련 스트레스 51.8%’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살이 발생하는 만큼 개인적 서비스 접근 전략에서 벗어나 경제직업 등에서의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다 부처간 협력과 노력이 지속되어야하겠습니다.
셋째로는 자살사망자의 57.9%가 과거 가정불화와 학대에 노출되었거나 학교 적응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기의 학대 경험 또는 학교 적응 어려움은 성인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아동·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성인기에서도 이어져, 대인관계의 위축, 직장생활의 부적응, 은둔형 외톨이 생활 등의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며, 그 결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아동기 학대 및 학교 적응 어려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단기 개입이 아닌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단기서비스가 아닌 성인기까지 지속 서비스가 가능한 체계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살사망자의 자살시도력 또는 가족 및 주변인 자살사망 경험이 매우 높았다는 것입니다. 심리부검 대상자의 약 35.8%가 자살 시도력이 있으며, 전체의 10.2%가 자해 시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42.8%가 가족, 주변인의 자살 사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자살 유족의 자살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자살예방법 개정을 통해 자살시도자 등(자살시도자, 자살시도자 가족, 자살 유족)에 대한 정보를 동의 이전에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제공함으로써 조기·발견개입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결국 위험성이 높은 자살시도자 등에 대한 자살률을 감소시키는데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을 것이고, 향후에는 조기 유입된 자살시도자 등의 생명을 보호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자살유족원스톱서비스지원사업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7월 기준 서울, 인천, 광주, 강원 등을 포함한 9개 시·도로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살 유족의 심리정서지원 및 애도 서비스 이외에도 임시주거지원, 법률지원, 사후관리지원, 특수청소지원, 학자금지원 등 사회·경제·환경 지원을 제공하는 등 선진화 서비스 체계를 강화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의 생애를 토대로 사망의 원인을 확인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자살 유족의 애도 과정에 있어서 첫 걸음이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한정된 예산안에서 효율적인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근거가 되는 매우 중요하고 실용적인 연구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노력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노력하면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알려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심리부검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담은 칼럼으로 서울시 및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