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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있던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29호)

우리가 알고 있던,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최병천 소장: 신성장경제연구소

한국경제 불평등은 언제부터, 그리고 왜 생겨난 것일까? 불평등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화두다. 불평등을 실제로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확한 원인분석이 없다면, 정확한 정책처방 역시 불가능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평등에 관한 통념은 5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불평등 확대 시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불평등이 확대됐다고 본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을 포함한, 압도적 다수 의견이다.

둘째, 불평등 발생 원인이다. 소위 3대 적폐론으로 집약된다. 재벌 편향 정책, 신자유주의 편향 정책, 비정규직 남용 정책이다. 이 경우,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은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 재벌을 규제하고, 국가 개입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

셋째, 정치권 책임론이다. 민주정부 10년과 보수정부 10년의 정책적 잘못이 불평등을 확대시켰다고 본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를 수용한 국민의 정부와 한미 FTA를 추진한 참여정부를 불평등 확대의 주범으로 본다. 이런 인식은 민주정부 10년 내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사회에 매우 폭넓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생각이다.

넷째,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다. 진보성향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거꾸로, 불평등을 줄이면 그 자체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소득주도성장론 정책실험은 ‘불평등을 줄여 경제성장률을 제고한다’는 논리구조를 내포하고 있었다.

다섯째, 한국경제 불평등은 국내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됐다고 본다. 국내적 요인 중에서도, 역대 정부의 정책을 불평등 확대 주범으로 본다.

한국경제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을 정리해보면, ①시점 ②원인 ③정치권 책임론 ④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 ⑤국내적 분석이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최근 출간된 《좋은 불평등》이라는 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알고 있던,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이 ‘모두’ 사실이 아님을 논증하고 있다.

[그림-1]은 한국의 임금 불평등(임금 지니계수) 추이를 보여준다. 고용노동부가 1980년부터 동일한 방법으로 최근까지 만들고 있는 데이터다. 시계열의 안정성이 높은 자료다.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199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가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일 때는 불평등이 증가하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2008년부터 불평등이 약간 감소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2014년에 다시 증가해서 2015년을 정점으로 최근까지 하락하고 있다. 불평등의 발생 원인이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의 3대 적폐 때문이라면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다. 개혁적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적극 도입했는데, 불평등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림-1]임금의 지니계수 추이(1980~2019), 28,30, 32, 34, 36, 38, 1980, 1990, 2000, 2010, 2020, 연도, 1994, 2008, 2015

한국의 임금불평등은 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가 아닌, ‘1994년 이후’부터 증가된 것일까? 그 이유는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 때문이다. 한중수교 체결로 인해, 중국의 값싼 가성비 좋은 제품이 국제무역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로 인해 저숙련-노동집약적-수출-제조업에 해당하던 부산의 신발산업과 대구의 섬유산업이 쇠락하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신발 산업과 섬유산업 종사자의 41%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후에도 2001년 12월 중국의 WTO 가입, 2014년 중국의 신창타이 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불평등은 출렁거리게 된다. 1992년 한중수교 체결 이후, 한국의 불평등은 ‘수출이 잘되면’ 불평등이 커지고, ‘수출이 안되면’ 불평등이 줄어드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왜 수출이 잘되면 불평등이 커지고, 수출이 안되면 불평등이 줄어들었을까? 그 이유는, 한국의 소득 상층은 수출-제조업-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서 수출이 잘되면 불평등이 커지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서 수출이 어려워지면 불평등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그림-2]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과 임금 지니계수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상관계수는 무려 0.832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의 측면이 가장 컸다.

한국경제 불평등이 ‘중국발’ 불평등 성격이 강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정책적 시사점을 줄까?

[그림-2]대중국 수출액과 임금 지니계수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832), 8, 30, 32, 34, 2000, 2005, 2010, 2015, 2020, 0, 50,000, 100,000, 150,000, 백만 달러, 지니계수,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불평등은 좋은 원인으로 늘어날 수도 있고, 나쁜 원인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또한, 한국경제에서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우리는 불평등 문제를 경제성장, 경쟁력, 수출, 계층 사다리, 사회통합 문제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흔히 불평등을 논의할 때 경제 또는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보건, 복지, 경제의 통합적 접근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을 연계하는 논의도 활성화되고 있다. 통합적 접근, 종합적 접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담은 칼럼으로 서울시 및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