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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보건의료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응책은 간호법에서 시작한다 (33호)

초고령사회의 보건의료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응책은 간호법에서 시작한다!

강윤희 교수: 이화여대 간호대학

우리나라는 2022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7.5%로 이미 고령사회이며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 국민건강 수준의 양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지표인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2020년 평균 83.5세이다. 이에 반해 국민건강의 질적 지표인 건강수명은 2019년 73.1세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의 차이인 10년 이상을 우리나라 국민은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생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노인의 56.5%는 의료기관이 아닌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자택에서 편안히 임종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인구의 증가 및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의 차이를 통해서 의료기관 중심의 기존 급성기 질병 치료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및 간호돌봄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전환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건의료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기본법인 「의료법」은 여전히 의료기관에서의 급성기 질병치료에 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기관 개설권이 있는 의사· 치과의사·한의사와 이들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법률로서 총 131개 조문 중 83개(63%)가 의료기관 개설, 신의료기술평가, 의료광고 등 의료기관 관련 사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는 의료기관 외에 보건소, 장기요양기관, 학교, 어린이집, 아동·장애인·노인복지시설, 산업체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에서 근무하며 각 기관 대상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사회로 확대되며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의료법 체계에서는 전혀 담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고령인구의 급증과 급성에서 만성 중심으로의 질병구조 변화 추세에 부응하여 지역사회에서 증가하는 간호수요에 대응하고 필요한 간호정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분명 의료법의 한계가 존재한다.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간호와 돌봄이 필요한 만성 건강문제를 가진 고령자와 건강관리가 취약한 장애인들의 대다수는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불어 2019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 의하면 장기요양수급자 1인당 평균 3.4개의 만성질환과 9.8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 증가와 맞물려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들을 지역사회 안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간호돌봄체계 구축의 필요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요양수급자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문간호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은 태부족인 상황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이용자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지역사회의 상호보완적 역할을 통해 의료-간호-요양이 연계됨으로써 국민에 필요한 간호돌봄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중심의 서비스에 비해 빈약한 상태에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간호돌봄체계가 선제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증가하는 노인질환을 예방하고 지원을 강화하려면 맞춤형 간호돌봄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간호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투입된 사회적 비용에 비해 훨씬 큰 사회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는 초고령사회 극복의 해법이 될 것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와 의료기관, 간호사와 장기요양기관의 협력체계가 만들어져 지역사회 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가중심의 간호돌봄 서비스는 불필요한 의료비를 절감시킬 뿐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건강관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또한, 전문적 간호돌봄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면 시설과 병원이 아닌 재택에서 건강의 유지와 증진은 물론 임종의 순간까지도 인간다운 간호와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간호법은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 구축으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간호와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근간이 되는 법률이다.

간호법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보건을 위해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영역을 의료기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필요한 간호인력의 양성·수급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대국민 간호돌봄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또한 간호법은 간호인력 수급 정책 등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여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및 숙련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상시 인력부족 상태에 있는 의료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을 위한 법이 분명 아니고,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다양화되는 간호업무에 발맞춰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국민건강을 돌보기 위한 법이다. 의료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재택 중심의 질병 예방과 관리, 방역시스템 마련을 위해 숙련된 간호인력 양성과 배치, 교육 등을 체계화하기 위한 독립된 간호법 체계가 필요하므로 더는 간호법 제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

간호사가 필요하다면, 간호와 돌봄이 필요하다면, 국민건강이 중요하다면, 간호법이 필요하다!!!

⁋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담은 칼럼으로 서울시 및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